[취재수첩] 초연결사회와 공공의 적

입력 2021-10-31 17:16   수정 2023-10-04 18:17

전산망 ‘먹통’ 사고가 또 났다. 지난 30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버스표 발권 시스템이 한 시간가량 멈춰서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전력 차단을 막는 무정전 전원장치(UPS) 오류로 전산망 통신이 끊겼다. 현장 현금 거래를 제외한 온·오프라인 발권이 모두 멈춰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QR코드 인증이 안돼 일부 버스는 운행 시간을 늦춰야 했다.

25일 발생한 KT 통신 장애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진 것이다. 당시 전례 없는 사태를 맞닥뜨린 KT는 외부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가능성을 먼저 거론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협력사 직원이 장비를 교체하다 명령어 한 줄을 빼먹은 게 전국 통신망을 삽시간에 망가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 시험 절차도, 네트워크 간 안전장치도 두지 않았던 안일함이 일을 키웠다. 두 사태는 작은 빌미가 큰 피해로 증폭됐다는 게 비슷하다. 시작이 ‘내부의 적’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기업과 정부는 그동안 화재, 폭우, 디도스 공격 등 외부적 통신 장애 요인 막기에 치중했다. KT는 2018년 11월 서울 아현지사 화재를 계기로 22개월간 연구 끝에 인공지능(AI) 기반 망 관제 시스템 ‘아타카마’를 마련했다. 자동으로 불을 끄는 로봇 도입에도 돈을 썼다. 정부는 매년 두 차례 대규모 사이버위기대응 모의훈련을 벌인다. 방화벽 관리에도 열심이다. 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통신 재난을 막지 못했다. 문제의 원인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바깥 벽을 기껏 두텁게 쌓았는데 건물이 안에서부터 허물어진 역설적인 상황이다.

공공 서비스 운영에서 시스템의 안정적 관리는 기본 중 기본이다. 이 단계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기존 보안 체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번 통신 장애 사건에 대해 “그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스템적 장애”라고 지적한 이유다.

정보기술(IT) 기기뿐만 아니라 자동차, 건물, 공장, 생활 가전 등이 모두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시대’다. 코로나19 이후 통신 기반 비대면 서비스가 늘고,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하면서 통신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고 무인(無人) 스마트팩토리가 돌아가는 것도 먼 일이 아니다. 자율주행이 본격 확산됐을 때 이번과 같은 통신망 오류가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아찔한 일이다. 내부의 실패가 불편함을 넘어선 사회적 재앙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편리함의 상징인 초연결이 한순간에 모두의 ‘급소’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기본부터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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